아침에, 버스를 기다리면서. 화가 나도 후회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하면, 지금의 이것은 어떤 선택을 수정한다 하여 바뀔 수 있는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마치 조건 같기도 하고 배경 같기도 한 감정은 후회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버스를 기다리고 택시를 잡고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언제까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불가능을 상상하기는 지치고, 현실은 너무나 가까이에 있어서. (이런 문장들은 모두 자기변명이다)
기분이 또! 자꾸만! 좆같아졌다.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리된다. 나중을 생각하거나 지금을 생각하면, 술을 마시고 싶어지면, 술을 마셔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걸 알게 되면, 기분이 좆같아지는 것이다. 아무 문제 없었는데도 어쩌면 계속해서 영원히 언제까지라도~ 따위의 별 쓸데없는 소리를. 이미 알고 있던, 그래서 걱정하다 말았던 내용이다.
나는 불만족스러운 걸까? 그걸 모르겠으니, 무엇에 불만족하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따라 일기도 못쓰겠네.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잘 안된다. 흥미 위주의 좋아하는 마음은 쉽게 가질 수 있지만, 믿을 수는 없어졌다. 작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을 가볍게 만나고, 그 과정에서 믿을 수 없는 사람들도 만났어서, 학습된 걸까?
아무래도 새해인데 새해같지가 않다. 수강신청이 없어서 그런걸까, 이렇게까지 힘빠지는 새해는 처음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여전히 막막하고, 이 외로움인지 공허함인지 하는 좆같음을 어떻게 혼자서 잘 구슬리며 살아야 하는 건지. 이건 생각을 해도 답이 안나온다. 건들이지 않으면 튀어나오지 않는 문제인데 가끔 이렇게 일기를 쓸 때면 여기에 원인을 묻고 싶어진다. 마치 원인을 암덩어리처럼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듯이. (그런데 결국 암은 계속해서 전이되고)
결국 나에게 솔직해야 하고, 남에게 솔직해야 하는데. 다행히도 가끔 이렇게 토해내듯 일기를 쓸 때면 쉽게 솔직해질 수 있다. 이미 쓰레기같은 일기를 많이 써두었어서 이정도의 추함은 아무렇지 않게 적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럼 다음 단계는 사람인데. 쓰는 글처럼 살고 싶다던가, 초라하게 살고 싶다던가 적었던 다짐들은 거의 뭐 내청춘 강물에흘러가는에어팟처럼 흘러가듯 씻겨내려져갔다. 계속해서 좋은 것들 비싼 것들을 (좁지 않은 집과 맛있는 음식 푹신한 침대) 생각하게 되고, 어제인가 언제인가 적었는데 이제와서 이런 생각들 하는게 웃기고 재수없고 짜증난다. 인정하고 나면 달라질까. 나는 그냥 욕구불만에 머리가 복잡한 것 뿐일까. 어떤 상태가 되어야 하는 걸까. 나는.. 돌아갈 곳이 없는데.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에 (여전히라고 하면 바뀌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읽히지만 딱히 그런 노력을 하진 못했다) 많은 신경을 쓰고. 그래서 돈도 쓰고 시간도 쓰고 마음도 쓰고, 나는 계속해서 소모되고 있다. 이러다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건 아니겠지. 애초에 무엇이 있었는지부터 물어야 할까? 차라리 글을 쓰면, 글에는 나를 모두 담아내도 괜찮을까.
거대한 목표가 없어서 지루한가? 살면서 그런 거 가졌던 적이 있나. 덩치가 커진다는 건, 세상과 닿는 표면적이 넓어진다는 의미에서 책임과 죄책감을 수반하고.. 나는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무해함이라는 게 추구할만한 성질은 아닌데. 무해함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걸까? 아니면 내가 이렇기에 무해하기를 바라는 걸까? 선후관계를 모르겠어.
모든것을 욕망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그런 모순에 빠졌나.

